1. 전시 개요
■ 전 시 명: 김은강 개인전 ‘하늘을 보다’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2전시관(2F)
■ 전시기간: 2025. 08. 05 (화) ~ 2025. 08. 11 (월)
2. 전시 서문
흔적이 빚어낸 시간의 풍경
우리는 매일 시간을 살아내지만 그 흐름을 온전히 바라본 적은 드물다. 시계의 초침과 달력의 날짜는 단지 시간의 표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겪는 시간의 질감은 훨씬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기억 속에서 시간은 길게 늘어지기도 하고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감각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기록된다. 이번 전시에서 하늘은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는 상징적 무대로 등장한다. 하늘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한순간도 동일한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 변화하는 구름의 결과 빛의 각도 그리고 바람의 흐름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도 시간의 켜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이처럼 하늘은 영원성과 순간성이라는 시간의 역설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관람자가 시간의 본질과 마주하도록 이끄는 매개체가 된다. 하늘은 우리로 하여금 무형의 감각을 마주하게 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김은강은 그동안 ‘Trace’ 시리즈를 통해 무심히 지나치는 순간 속에 남겨지는 기억과 흔적을 작품 속에 새겨 넣어왔다. 얇게 뽑은 흙 띠를 층층이 쌓아 올려 형태를 빚어내는 과정은 단순한 제작 행위가 아니다. 작가의 호흡과 손길이 만들어낸 시간의 퇴적 기록이다. 흙은 자연의 일부이자 과거의 기억을 품은 재료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시간을 쌓아올린다. 매끈하게 다듬지 않은 표면의 결은 시간의 결이자 손길의 흔적이다. 이러한 조형물은 시간이 응집되어 남겨진 기억의 덩어리로 관람자 앞에 놓인다. 그 결과 시간의 흐름은 결코 직선적이지 않으며 겹겹이 쌓이고 뒤엉키는 다층적 구조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상징과 사유는 회화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친근한 동물의 형상은 우리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다. 사실적 재현에서 벗어나 상징적이고 단순화된 실루엣으로 표현된다는 점은 그 자체가 존재의 은유임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곡선과 뿔의 형상이 어우러져 자연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환영처럼 다가온다. 그 배경에는 넓고 투명하게 하늘이 펼쳐진다. 흰 구름이 흘러가고 푸른 빛이 깊이를 더하는 화면 위로 붉은 점과 기호들이 흩뿌려져 있다. 말의 몸체 위로 흐르는 붉은 점들은 마치 시간과 감정이 남긴 발자국처럼 보인다. 이는 단순한 장식요소가 아닌 흐르는 시간을 하나하나 짚어내는 표시 같기도 하고 과거 어느 한순간이 남긴 감정의 맥동 같기도 하다.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흐름이 있다. 작가는 우연과 필연 사이를 오가며 우리에게 묘한 심리적 울림을 전달한다.
작가는 자연을 재현하거나 풍경을 묘사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과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시각적으로 압축하려는 시도를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되돌아보게 한다. 흙이라는 물질적 재료와 동물이라는 상징적 존재 그리고 이번 신작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하늘이라는 비물질적 공간과 붉은 점이라는 시각 언어는 서로 대화하듯 얽혀 조형과 회화가 만나는 지점을 열어 보인다. 동물의 형상은 마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처럼 자기 내면 속 기억과 시간을 탐색하게 만드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평소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의 층위와 흐름을 물질로 본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시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사유의 여백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잊고 있던 시간을 다시 호흡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갤러리 도스 김선재